[창업] "뜨개질 기술과 실 그리고 문화를 팔죠"
[매일경제 2005.12.04 13:42:00]




꽤 안정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장이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성공한)사업가가 됐다"는 말을 한다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우면서도얄밉다는 생각도 들 법하다.

마치 어느 대학 수석입학자의 "교과서만 봤더니 수석을 했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럴 수도 있다. 뜨개질로 유명한 송영예 사장(38)은 진짜 취미생활을즐기다 자연스럽게 사업가가 된 사람이다.

취미가 뜨개질이었고 남편이 지방 근무가 많아 심심해서 시간을 쏟았고 그게 사업이 돼서 지금까지 왔다.

송 사장은 시집갈 때 뜨개질하던 옷을 가져갔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은 지방 출장이 잦아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고 1년6개월 동안 뜨개질만 했다.

그러다 PC통신에 정보를 올리면서 사람들에게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인터넷에 유료정보를 제공하면 분당 50원 정도를 받았다.

송 사장은 컴퓨터값과 실값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PC통신에서전문가로 활약하던 송 사장은 사람들이 실이나 바늘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98년 전자상거래를 위한 홈페이지를 열게 된 계기였다.

뜨개질 전용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오픈하면서 송 사장의 '바늘이야기' 사업도 시작됐다. 거주 지역이던 일산지역 화정동 세이브존에 매장도 구했다.

마땅한 공간이 없었지만 백화점 담당자를 졸라 화장실 옆 구석자리를 얻었다. 당시세이브존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혜택'(?)을 받은 셈이다. 총 투자비용은 100만원.

쇼핑센터 화장실 옆 가게는 송 사장의 실력과 감각 덕분에 프랜차이즈업체로 발전하게 됐다. 2년 뒤 가맹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매장이 속속 들어서 현재는80개에 이르고 있다. 송 사장의 가게는 일산 주엽동으로 확장한 데 이어 3년 전 명동으로 이전했다.

이제는 가게가 아니라 본사라고 할 만하다. 명동 본사는 교육을 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담은 책자도 발간한다. 송영예 사장은 사라져가던 뜨개질방을 다시 탄생시켰다.

지금은 가맹점이 80개지만 한때는 120개까지 확장하기도 했다. 너무 급성장하면서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들이 생겨나고 폐점도 생겼지만 2003년 70개까지 줄어든 후에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국 80개 가맹점은 기술과 실을 판다. 송 사장은 "노하우와 문화를 판다"는 말을좋아한다. 뜨개질은 '생산'보다는 '문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게 그의 설명.

10평 남짓한 뜨개질 점포에서 점주들은 손님들과 함께 뜨개질을 한다. 좋은 디자인이 있으면 따라해보고 또 새롭게 창조하기도 한다.

송 사장은 가맹점주 한명 한명이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두 달에 한 번 세미나가 열리는데 점주들이 작품을 하나씩 가져오고 거기서 즉석 품평회가 열린다.

현재 송영예 바늘이야기 본사 매출은 80%가 소재 유통, 10%는 교육, 10% 제품 판매등으로 구성된다.

백화점에도 제품을 납품하는데 재택근무자 50여 명이 옷을 만들고 있다. 사업 형태는 꽤 다양하다. 내년에는 교육사업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뜨개질 방법을 담은 책도 출간하는데 인기가 좋다. 요즘은 외국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는 평생교육원에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오고 있고 상하이한 업체는 함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베이징에서는 뜨개질 책이 1만부 이상 팔렸다.

송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상하이에 체인점을 낼 것이며 장애인 교육사업도 벌일것"이라고 말했다.

뜨개질 점포는 창업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좋은 자리도, 가게가 클 필요도없다. 비용은 1000만~2000만원 정도다.

무엇보다 기술이 필요하다. 기본기가 있어야 하므로 3~6개월 간 공부해야만 창업할수 있다. 기본기가 없다면 1~2년 걸린다.

하지만 제대로 기술만 있다면 평생 할 수 있는 사업이므로 뜨개질을 좋아하는 주부들에게는 매력이 있다.

오전 11시~오후 8시 정도까지 일하면서 200만원 정도 순수입을 올릴 수 있다. 대개는 아주 여성적이어야 뜨개질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송 사장은 오히려 남성적인 면이 있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너무 꼼꼼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뜨개질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 또 실수도 하고 때로는 엉뚱하게도 해야 창의적인 작품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끈기만을가져서는 안되고 감각적인 안목도 요구된다.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같은 주부여서 서로가 잘 통한다.

송 사장은 "30대 중ㆍ후반 주부가 많은데 전국에 있는 가맹점주 덕에 김장김치 다시마 된장 송이버섯 고구마 등은 거의 사먹은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심시보 기자]